군 댓글부대 폭로자 “송영무 장관, 진상규명 의지 있나”
[인터뷰] 김기현 전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부이사관 “참여정부·MB 정부 김관진은 다른 사람… 보고서 V표시, 지시와 승인 의미”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 조작 활동 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잇따라 석방되면서 ‘군 정치 개입’ 검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군 댓글부대’의 실체를 실명 폭로했던 김기현 전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부이사관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매일 김 전 장관 등에 ‘군 댓글 공작’ 결과가 보고됐던 것인데 이제 와서 자신들은 몰랐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군 댓글 공작에 가담했다고 지난 8월 스스로 밝힌 김 전 부이사관은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이 밤새 수행한 댓글 공작 결과가 A4 1장짜리로 요약돼 매일 아침 상부에 보고됐다고 증언했다.
청와대의 경우 530심리전단과 청와대 간 내부 온라인 보고 체계로 날마다 오전 7시경 청와대 국방비서관실로 보고서가 전송됐고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에게도 보고서가 보고됐다는 것이 김 전 부이사관 주장이었다.
▲ 군 댓글공작을 폭로한 김기현씨가 지난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군의 정치 개입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 전 부이사관은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은 군무원 3급에 불과하다. (군의 정치 개입을) 그 사람 책임만으로 떠넘기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김 전 장관 등은 대응 작전 결과를 매일 보고받았을 땐 아무 말 없다가 이제와 딴소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구속적부심사에서 “사이버심리전을 지시했을 뿐 정치 관여 댓글 작성 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 “대응 작전 결과 등을 보고받고 ‘V’자로 결재한 것을 두고 정치 관여에 해당하는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 조사에서 “이 사건이 죄가 된다면 모두 내 책임”이라던 김 전 장관 자신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었으나 법원은 결국 석방을 결정했다.
김 전 부이사관은 “V자 표시는 김 전 장관이 이 사안에 관심을 가졌고 지시하고 승인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며 “한두 건이면 모르겠으나 (김 전 장관은) 매일 같이 인터넷 여론전 결과를 보고 받았다. 또한 요원들이 만든 문건은 밀봉되고 ‘블랙북’(잠금장치가 달린 특수제작된 검은색 가죽 가방)에 담아 장관에게 전달됐다. 그것을 열어보는 것 자체가 지시와 승인을 의미한다”고 강변했다.
김 전 부이사관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김 전 장관 석방’에 대해 “김관진 장관은 1년 선배”라며 “참 다행이다. 같은 동료로 근무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 전 부이사관은 “송 장관이 군 정치 개입 진상규명에 적극적인지 의문”이라며 “2013년 10월 군 정치 개입 조사에 착수했던 국방부 조사본부가 왜 수사를 축소했는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자의반 타의반 조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국방부가 아니라 제3의 기관이 독립적으로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이사관은 ‘대북 심리전’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이사관은 “북한을 상대로 한 사이버심리전은 북한군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방부 사이버심리전은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행해졌다. 이는 대북 심리전이 결단코 아니”라고 말했다.
▲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총괄계획과장으로서 댓글공작에 가담했던 김기현씨. 김씨는 이재석 KBS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초 양심 고백을 했다. 그의 증언은 MB 정부 청와대가 군의 댓글공작에 개입했음을 뒷받침한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동영상 |
조선일보 등은 김 전 장관이 장관이던 때 북의 사이버 공격에 우리 군이 대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사이버사 대원의 작성 댓글 78만 건 가운데 정치 댓글이 1%인 8800여 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김 전 부이사관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참여정부에서 합참의장을 할 때는 ‘참군인’으로 평가했다”면서도 “MB 정부 국방장관에 임명된 뒤 ‘원점 타격’ 등을 운운했는데 이는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 안보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북한이 우리 영토를 침범한다거나 국민 재산을 침해한다면 즉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지 말로만 떠드는 건 안보가 아니다. 그가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일 때부터 진짜 군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전 부이사관은 “MB 정부에서 행한 사이버심리전이 북한과 싸우는 데 목적이 있었나 의문이 든다”며 “MB 정부 최초 장관이었던 이상희 장관을 포함해 당시 군 수뇌부들은 ‘종북 프레임’을 견고하게 구축한 뒤 북한이 아닌 국민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0013#csidx8aa6f7a97149ef488b7c09c7e69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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