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7일 수요일

5.18 특조위 조사 보고서(2).


기사본문
국방부 ‘5·18특조위 조사결과 발표’ 내용·의미 / 계엄군 진압 실체규명 진전 성과 … ‘전투기 대기’ 의혹은 그대로 / 황영시 부사령관, 헬기파견 하달… 전교사, 위협사격·무력시위 명령 / 도청진입 이전에도 사격 증언 나와 / 조종사 “사격안해” 주장… 증거없어 / 공군전투기 대기… 이유는 규명 못해 / 추가 조사 이뤄질때까지 수수께끼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7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령부가 광주 시민들을 향해 헬기 사격을 지시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특조위가 출범한 지 약 다섯 달 만에 이뤄낸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진상규명을 미룬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이 그것이다. 이번 조사가 5·18에 대한 군 진압과정 실체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와 함께, 미완에 그쳤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특조위원장 “이것이 자료입니다” 이건리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5·18 헬기 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군, 헬기 사격 수차례 지시

특조위는 신군부 계엄사령부가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를 한 뒤 더욱 강경한 진압작전을 계획하면서 육군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에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을 22일 하달한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지침에는 ‘시위사격은 20㎜ 벌컨. 실사격은 7.62㎜가 적합’, ‘위력시위 사격을 하천과 임야, 산 등을 선정해 실시하라’는 등 사격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헬기 사격이 있다고 확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 건’의 실체를 확인한 것이다.

특조위는 계엄사령부 황영시 부사령관이 22일 전교사 김순현 전투발전부장에게 “무장헬기 2대를 광주에 파견할 테니 조선대학교 뒤쪽의 절개지에 헬기 위협사격을 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황 부사령관은 다음날인 23일 전교사 김기석 부사령관에게 “전차와 무장헬기를 동원해 신속하게 진압작전을 수행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내렸다. 계엄사의 명령에 따라 전교사는 광주에 파견된 육군 항공부대에 헬기 위협사격과 무력시위를 실시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특조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계엄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한 21일 오후 전남도청 인근과 광주천 등 8곳, 계엄군이 전남도청에 재진입한 27일 새벽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을 중심으로 6곳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특조위는 신군부 측이 21일 오후 7시30분 자위권 발동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광주에 무장헬기가 투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19일부터 31사단에 무장헬기 3대가 대기했던 사실을 관련 기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헬기운행일지 등 구체적인 사격 정황을 뒷받침할 문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특조위는 “이제 국가와 군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과거로부터의 절연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투기 대기는 했지만 왜 대기했는지는 몰라

5·18 당시 공군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은 지난해 9월 특조위가 설립된 결정적 계기였다. 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 등 증거가 남아 있는 헬기 사격과 달리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은 지금까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만약 특조위 조사 결과에서 전투기가 광주 폭격 준비를 위한 대기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됐다.

하지만 특조위는 5·18 당시 경기 수원 주둔 제10전투비행단 F-5 전투기와 경남 사천 주둔 제3훈련비행단 A-37 공격기가 MK-82 지상공격용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했던 사실을 확인했지만 어떤 이유로 대기했는지는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지난해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일부 공군 예비역은 언론 인터뷰에서 “광주 출격 준비였던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예비역들은 “대북 경계태세 강화 차원의 조치였다”고 상반된 입장을 피력, 논란이 지속됐다. 특조위의 진상규명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은 추가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수수께끼로 남을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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