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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당시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법원 판결을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정운영 협조의 증거로 활용한 정황이 담긴 문건들이 공개됐다.


5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공개한 98건의 법원행정처 문건 가운데 2015년 7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문서들에는 "사법부가 그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는 표현과 함께 주요 사례들이 열거돼 있다. 

이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로 불법적인 체포·구금·고문을 받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포함됐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을 내리면서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대통령 긴급조치가 내려진 당시의 상황과 정치적 함의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문건은 또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점의 국가폭력 피해자나 5·18 광주민주항쟁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제한한 사례를 열거하며 "부당하거나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했다"거나 "진정한 화해와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현 정권(박근혜정부)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와 직결된 사건에서 원심 유죄인정 부분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했다"며 당시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한 사례로 꼽았다.

같은 해 8월 박 전 대통령 보고용으로 추정되는 'VIP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건은 '상고허가제'와 '대법관 증원'의 절충안으로 상고법원을 설치해 대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자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여기에는 "상고법원 판사 임명시 대통령님의 의중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밖에 "진보세력이 배후에서 대법관 증원론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상고법원 도입이 좌초되면 대법관 증원론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진보인사들이) 최고법원 입성을 시도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