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민주당 내분의 길, 혁신의 길
민주당이 놀아나고 있다. 집권당과 ‘언론권력’이 손잡고 날마다 언구럭을 부린다. 한낱 우스개가 아니다. 언론이 분당 가능성을 보도하자 실제로 그런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생게망게한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민주당에 있다.
차분히 톺아보면 이명박과 박근혜로 정권이 이어졌음에도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촛불혁명이 일어나면서 집권할 수 있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소망을 구현하지 못했다. ‘집값 안정만은 자신 있다’거나 ‘비정규직 제로’와 같은 객쩍은 호기를 부렸다. 촛불혁명의 주체가 민주당이 아니었음에도 문재인은 취임부터 ‘민주당 정부’를 자임했다. 노무현과 달리 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겠다는 의도였다면, 촛불의 열망을 민주당에 담는 ‘개혁 공천’을 결행해야 옳았다. 하지만 그런 결기도, 당의 외연을 넓히려는 구상도 보이지 않았다. 애오라지 ‘무조건 지지자들’에 기대면서 민생을 위한 개혁정책마저 치열하게 추진하지 않았다. 회전문 인사에 ‘20년 집권’ 따위의 망상을 드러내면서 여론은 싸늘해졌다.
그 결과다. 언론권력의 ‘정권교체 여론몰이’가 힘을 얻어갔다. 0.7% 차이로 집권한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아무 효과가 없었던 ‘기업주도 성장’을 다시 내세우고 있다. 노상 ‘민주노총 죽이기’에 몰두해온 조선일보는 권력에 용춤을 추며 ‘노동개혁’을 부르대고 나섰다. 노동인들을 마구 해고할 수 있는 ‘노동개악’을 ‘개혁’으로 내내 우긴 박근혜가 겹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또 얼마나 국력이 낭비될지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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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래서다.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저지할 제1야당이 거듭나야 한다. 방향은 정반대이지만 정확히 같은 문제의식으로 언론권력은 민주당을 집요하게 흔들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대선정국이 열릴 때부터 민주당 분열에 앞장섰다. ‘이재명 아들의 화천대유 계열사 취직’이라는 허위보도까지 서슴지 않자 이 후보 쪽은 ‘조선일보와 전쟁’을 선언했다. 조선은 재빨리 사과하는 동시에 실제 ‘전쟁’에 돌입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민주당 후보를 희화화하고 사실 확인이 안 된 의혹과 논평을 쏟아냈다. 선거 당일에는 윤석열이 투표를 호소한다는 기사와 제목을 인터넷판에 내내 부각했다. 같은 말을 한 이재명은 보이지 않았다.
비단 대선만도 이재명만도 아니다. 지선 투표를 하루 앞두고 조선은 “마지막 날, 울어버린 김동연·김은혜… 눈물의 의미는 달랐다” 기사를 인터넷판 머리에 큼직하게 올렸다. “김동연 후보는 상대를 향한 공세 과정에서, 김은혜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흘린 눈물로 그 의미는 달랐다”고 썼다. 이는 단순한 정파보도가 아니다. 정당 기관지나 내보낼 ‘잡문’이다. 지선 이후 6월4일자 사설은 “경제 위기 태풍권, 선거 승리 말할 상황 아니다”이다. 집권자의 말을 아예 제목으로 삼았다. 같은 날 민주당 기사를 보자. “수박, 똥파리, 냥아… 요즘 민주당서 이 말 모르면 간첩”이다. “지지자들, 은어 주고받으며 설전”이란 부제를 더했다. 조선 신방복합체는 총선 또는 분당까지 검질기게 민주당 내분을 부추길 깜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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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과 지선을 거치며 조선일보는 단순한 정파지를 넘어 정당 기관지로 변모하고 있다. 조·중·동을 뭉뚱그려 볼 것이 아니라 조선을 별개로 보아야 할 상황에 이른 셈이다. 물론, 중앙과 동아가 더는 조선을 좇아가는 자충수를 두지 않을 때 그렇다.
제1야당이 집권당의 ‘기관지’에 휘둘리는 꼴은 몹시 개탄스럽다. 민주당은 지금 ‘12척의 배’만 갖고 있지 않다. 입법 권력은 아직 민주당에 있지 않은가. 기관지 언론에 놀아나 서로 총질할 때 내분의 길은 활짝 열린다. 혁신으로 가는 길의 푯대는 간명하되 준엄하다. ‘각자도생 체제’를 넘어설 ‘민생 입법’이다.
민주당의 성찰과 혁신은 한국 정치의 숙제다. 의원 개개인이 민주주의의 성숙한 철학을 공유하는 대혁신을 촉구한다. 부라퀴들에게 더는 놀아나지 않는 민주당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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