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선택 : 이승만, 전두환, 박정희, 아니면?
[미디어오늘 1076호 사설] [QUIZ] 박근혜의 미래는 ○○○다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2016년 11월 23일 수요일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그러나 역시 박근혜답다! 우리의 예상대로다. 박근혜는 원래 그런 사람이고, ‘수준’이란 단어를 적용하여 평가하기엔 거리가 너무나 멀고 초라한 인물이었음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의 막장 드라마는 끝 간곳을 모르고 계속될 것이다. 정치인이 위기에 몰리면 거짓말도 할 수 있고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금 박근혜처럼 뻔뻔하게 나온 정치지도자는 일찍이 없었다.
20대 전반기에 주술사나 다름없는 ‘목사 아닌 목사’ 최태민의 꼬임에 빠져 ‘몸과 영혼마저 완벽하게 통제’ 당하고, 대를 이어 그의 2세 자매들과 수십년 동안 ‘모든 것을 공유’한 결과, 박근혜는 헌정질서를 철저히 유린하고, 나라를 치욕으로 빠트린 것도 모자라, 스스로 비극적인 운명을 자초하고 말았다. 사필귀정이자, ‘박근혜 파라독스’의 완성이다.
65년 인생의 대부분을 ‘공인’의 삶을 살면서도 아직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들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가 앞뒤 가리지 않고, 체면이고 뭐고 따지지 않는 막가파식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최태민-박근혜-최순실-정유라 등을 둘러싼, 상상할 수 없는 추문과 의혹들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박근혜는 지금 공포에 질려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 박근혜’는 이미 죽었다. ‘정치인 박근혜’도 죽었다. 남은 것은 ‘사람 박근혜’ 아니면 ‘박근혜 몸뚱어리’ 뿐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시간은 박근혜의 편이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태민-최순실 부녀에 놀아난 박근혜에 관한 추문과 의혹에 관한 한, 시간이 가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다.
박근혜는 고립무원이다. 게다가 숨을 곳도 없다. 지금부터 박근혜는 김기춘, 우병우를 포함한 전‧현직 참모 어느 누구의 말도 들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최태민-순실 부녀 가족과 40년 이상 함께 산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을 보호해 줄 언론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친박도 그를 보호할 수 없다. 새누리당의 국회의원들과 정치인들은 ‘박근혜 이후’를 걱정하지 ‘박근혜의 현재’를 걱정하지 않는다. ‘박근혜 이후’는 2017년 대선과 3년 뒤 총선이다.
‘박근혜의 비극’은 그가 자진사퇴를 거부한다고 해서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퇴를 거부할수록, 그에게는 훨씬 가혹하고 비참한 운명이 그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앞에는 5명의 전임 대통령들이 운명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승만의 망명, 전두환과 노태우의 감옥, 죽음에 이르게 만든 상황은 완전히 다른 노무현의 자결, 그리고 아버지의 피살.
그는 이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까? 그가 사퇴를 거부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퇴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음은 망명인데, 내달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어쩌면 분수령이 될지 모른다. 박근혜가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가한 후 일본이나 미국으로 망명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모든 잘못을 시인하고 진정으로 용서를 구한 뒤 망명 의사를 표시하면, 우리 국민들은 그를 용서할지 모른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하와이로 망명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는 날, 수십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안타까움과 눈물로 그를 떠나보냈다. 이 세상에 용서 못할 범죄는 없다.
그러나 박근혜가 자진사퇴도 망명도 거부하면, 그는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뇌물죄, 제3자 뇌물죄, 직권남용죄, 공무상 비밀유지 위반에 내란죄까지 적용받을지 모른다. 이도 저도 거부하고 막가파식 행동을 계속하면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의 뒤를 따라야 할지 모른다.
그에게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5천만 국민과 촛불들은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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