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배우 윤석열’의 감독은 누구인가
배우 윤석열. 행여 발끈할 일이 아니다. 대선 후보시절 그가 자처한 말이다. 문화방송을 공격하듯 울뚝밸 치밀 일도 아니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거나 비판할 때 목적은 타도가 아니다. 권력을 쥐면 누구나 지니게 마련인 오만함에 성찰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윤 대통령은 12월4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장관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6일 민노총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며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파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조직적으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겠다”며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제노역을 확대하겠다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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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특정 신문의 사설과 어금버금하다. 기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하는 언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말했다고 여길 터다. 그는 올해 1월 당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후보가 선대위가 해달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그와 결별했다. 하지만 김종인은 억울했다. 그로부터 6개월 전에 윤석열이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이제 앞으로 배우만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종인이 “대선 후보는 배우 역할만 해야지, 지금처럼 자신이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고 지적할 때도 자신은 ‘배우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거를 두 달 남기고 배우론이 다시 나오자 하릴없었다. 윤석열이 김종인의 아바타가 아님을 보여주려면 불가피했다. 그가 차라리 김종인의 아바타가 되었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대한민국이 ‘삼중 위기’를 맞지 않을 터다.
[관련 칼럼 : 손석춘 칼럼-‘윤석열이 왜 이러지? 삼중 위기’]
윤석열과 특정신문은 화물연대를 귀족노조로 몰아가며 월수입을 한껏 부풀리지만 공공운수노조가 공개했듯이 “하루 14~15시간 운전하면서도 수입은 300만 원 남짓”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수준이다. 대체 귀족노조 운운하는 정치 모리배들은 차치하고라도 고위 관료들과 언론인들의 월수입은 얼마인지 묻고 싶다. 다름 아닌 그들이야말로 노동귀족 아닌가. 더구나 화물연대 파업의 일차적 책임은 지난 6월의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정부에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고 적용 범위 확대를 논의키로 합의했다. 보수나 진보를 떠나 생각해보라. 어렵게 이룬 그 합의를 내팽개치면 어떻게 해야 옳은가. 화물연대가 정치파업을 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파업을 정치화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권력과 언론이 민주노총과 다른 노동인들을 갈라치기하며 마치 후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듯 언구럭부리는 작태는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선동이다. 당장 대우조선 하청노동인들의 파업을 그들이 어떻게 다뤘는지 돌아볼 일이다. 손해배상소송까지 거침없는 그들이 비정규직 운운하며 민주노총을 몰아치는 모습은 얼마나 가증스러운가. 민중을 개돼지로 보지 않는 한 감히 언죽번죽 내세울 수 없는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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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여 명의 민중들은 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대로는 살 수 없다!’며 전국민중대회를 열었다. ‘민생 파탄’을 호소하고 ‘민생개혁입법 쟁취’와 이태원 참사 책임 촉구, 민주주의 파괴 중단, 굴욕외교 저지를 외쳤다. 민주노총이 밝혔듯이 “오늘 화물연대를 공격하는 윤석열 정권은 내일은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악을 강행할 것이며 다음날은 비정규직의 양산과 차별을 제도화할 것”이다. 이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친자본 먹물들이 포진했다.
배우 윤석열의 감독은 특정신문이 아니다. 그 신문이 독자적인 권력을 지닌 것도 아니다. 광고주인 자본을 내놓고 대변할 뿐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윤석열은 지금 본인이 의식하지 못할 뿐 ‘자본의 배우’로 으스대고 있다. 듣그럽겠지만 진실이다. 열정을 다해 연기를 펼치는 은막의 배우들에게 혹 결례를 했다면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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