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 사악한
배신의 정상배를
혐오 한다.
[손석춘 칼럼] 늙은 모자의 죽음, 낡은 정치의 죽임
사회적 타살. 2022년 4월 서울 창신동에서 몸이 불편한 80대 노모와 병을 앓던 50대 아들이 숨지고 한 달이 넘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 송파에서 일어난 석촌동 세 모녀의 동반자살을 떠올리게 한다. 창신동 모자에게 촛불은, 문재인 정부는 무엇이었을까.
현장 취재기자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90년 전 지어져 낡고 다 쓰러져가는 집” 안에는 각종 공과금과 신용카드 대금 독촉장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전기요금을 내지 않았다며 공급을 끊겠다는 ‘경고’도 문 앞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여든두 살의 노모는 거동하기 어려운 몸으로 3년 전까지 일을 했다. 모자는 1930년대에 지어진 집을 2020년 매물로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다. 그 집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계급여 신청에서 연이어 탈락 당할 때 모자의 절망은 무장 깊어갔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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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결과 혈관에 지병이 있던 아들이 먼저 사망했고 뒤이어 노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자신을 수발하던 부정맥의 50대 아들이 죽은 사실을 알았을 때 노모의 심경을 헤아려본다. 그 여성이 세상을 뜰 때까지 종로는, 서울은, 대한민국은 서러운 지옥이 아니었을까. 이 땅의 반지르르한 정치인들에게 차가운 분노가 치미는 까닭이다.
대다수 정치인들이 모르쇠를 놓을 때 서울시장 오세훈이 나섰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참사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음직하다. 그런데 영악하게 자신을 부각했다. “지금 시범사업 중인 안심소득 시스템이 이미 작동 중이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욱 비통한 심정”이란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 이런 가슴 아픈 일을 겪지 않도록 안심소득 실험을 반드시 성공시켜서 시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다짐도 했다.
하지만 ‘안심소득’을 짚어보면 그 비통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선거정국에 들어선 올해 3월 말이 되어서야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이면서 재산 3억2600만 원 이하인 시민’을 대상으로 안심소득 참여 가구를 모집했다. 신청한 3만3803가구를 놓고 세 차례 절차를 걸쳐 선거가 끝난 뒤인 6월 말이 되어서야 그것도 500가구를 선정한다. 신청가구의 절대다수인 3만3303가구는 헛물만 켜는 셈이다. 게다가 5년간 시범사업을 ‘연구’한단다.
노모와 아들이 숨지던 시기에 창신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청와대에선 대통령 부인의 ‘옷값’이 신문과 방송에 화제가 되었다. 청와대 예산으로 산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이 받는 고액의 연봉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의 사치는 몹시 개탄스러운 일이다. ‘선진국’ 자화자찬에 앞서 대통령 문재인의 뼈저린 성찰을 촉구한다.
더 큰 문제는 살풍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의 실망스런 복지정책마저 훌닦았다. 그럼에도 보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은 날마다 불거지는 의혹에 “한 점 부끄럼 없다”며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고, 자부심은 세계 첫째다…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설계”할 복지국가를 이루고 싶다고 언죽번죽 말했다. 사퇴는커녕 “임무를 완수하도록 도와”달란다. 윤 당선자도 조국에 들이댄 칼날과 전혀 달리 정호영을 두남둔다. 조선 신방복합체의 잣대는 춤춘다. 두루 도긴개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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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 차분히 짚어볼 일이다. 만일 기본소득이 한 해 100만원이라도 나온다면, 비극적 고통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더러는 한해 100만원을 ‘껌 값’으로 조롱했다. 물론 가진 자들에겐 그럴 터다. 하지만 석촌동 세 모녀, 창신동 두 모자에게 가족 1인당 연간 100만원은 희망을 줄 수 있는 돈이다. 더구나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면 해마다 늘릴 수 있다. 그것이 정치 아닌가.
언제쯤일까, 석촌동 모녀나 창신동 모자의 비극에 가장 책임이 큰 저 낡은 정치에 우리가 마침표를 찍을 날은. 전망은 어둡다. 더 꾹꾹 눌러 쓰는 까닭이다. 모든 사회적 타살은 정치적 타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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