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칼럼] 윤석열 위기, 우주인 살기
새해 첫날이다. 덕담이 미덕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위기’를 쓴다. 먹고 사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기득권층과 달리 우리 민중에 드리운 먹장구름이 너무 짙다. 새해이되 새해가 아니다. 민주, 민생, 안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세 부문 두루 위기가 무장 커지고 있다.
위기는 윤석열 정권의 시대적 역행이 불러왔다. 국정에 임하는 자기 생각이 있는지 의문마저 든다. 기득권을 대변하는 편향 보도를 일삼으면서도 마치 국민을 위한다는 듯이 늘 행세해온 ‘신문방송복합체’들이 그와 대통령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명박이나 박근혜보다 윤석열의 민주주의 인식은 더 얇다. 노사갈등을 있어서는 안 될 사건처럼 본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과 자본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거니와 세계사의 모든 민주국가에서 노동운동이 있었기에 민주주의가 성장해왔다. 그 사실을 알고도 노동운동을 억압한다면 정말 나쁜 대통령이고 모르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겸손할 일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엷은 인식이 새해 노동인들에게 어떤 고통을 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화물연대를 공격하는 윤석열 정권은 내일은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악을 강행할 것이며 다음날은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을 제도화할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날카로운 전망이 들어맞지 않기를 바란다. 노동조합을 기득권으로 몰아치는 권력의 얼굴은 자본의 아바타에 다름 아니다.
어이없기는 민생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가 민생 정책이라는 언구럭을 보라. 정말 그리 생각할까 의심이 들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 부정한 낙수효과를 태연히 부르댄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대기업 중심 정책은 민생에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음에도 박박댄다. 부익부빈익빈을 줄일 정책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안보 또한 구멍이 숭숭 뚫렸다. 북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들어와 ‘자유’롭게 돌아다닌 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맞대응 명분으로 대통령이 직접 쏟아대는 자극적인 발언에 더해 미국과 일본에 매달리는 외교가 겨레의 운명, 민중의 삶에 어떤 결과를 빚을지 걱정이 앞선다. 잘못된 정책의 희생자는 언제나 애먼 민중들이었기에 더 그렇다. 덕담은 ‘잘되기를 빌어 주는 말’이다. 윤석열이 불러온 위기를 쓰는 이유도 그가 나라를 망가트리지 않기를 바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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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과는 ‘우주인으로 살자’는 덕담을 나누고 싶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애독자들께 드리는 새해 인사이다. 칼럼 소재가 ‘윤석열 비판’에 국한돼있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솔직히 밝히면 다른 주제로 칼럼을 쓰고 싶을 때가 많다. 실제로 철학자로서 나의 주된 관심은 우주철학이다. 우주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뜻을 알고 싶어 철학 전공에 나섰고 40여 년 탐색한 결과를 출간도 했다. 우리 신화와 설화에 담긴 민중의 세계관을 분석하는 학술논문도 여러 편 썼다. 하지만 그 책과 논문의 주제를 칼럼에 담으며 독자들과 소통해가기엔 작금의 한국 정치와 언론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새해 지면을 빌려 덕담으로 제안하는 ‘우주인 살기’는 우주철학의 윤리다. 나의 우주철학은 인류가 발 딛고 있는 정치경제적 삶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뜬구름 잡기와 정반대다. 우주적 관점 더 나아가 우주의 관점에서 지구의 인간과 사회를 인식해야 더 나은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민주주의 성숙의 철학이다. 현대 우주과학의 성과를 담아 인류 문명의 새로운 철학적 기반을 마련하는 인식론이자 인간의 유적 본질을 노동과 성찰로 파악하는 사회철학이다.
새해 우리 민중에 드리운 ‘윤석열이 불러온 위기’는 객관적 현실이다. 그 현실을 슬기롭게 넘어서야 할 과제가 주권자인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정파적 관점을 떠나 정치의 관점으로, 확증편향이라는 우물의 눈을 떠나 넓고 깊은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만큼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싸목싸목 성숙한다. 윤석열 정권과 언론권력 감시를 독자들께 새삼 약속드리며 새해 첫날을 맞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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