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8일 목요일

제5회: 두려움의 외피, 용기의 심장

 

《그를 향해 걸어간 말》





그는 총을 들고 있었다.
실탄 박스가 그의 곁에 있었고,
그는 포위된 채, 침묵 속에  있었다.


나는 맨몸으로 걸어갔다.
그를 향해,
그의 방아쇠가 나를 향하지 않기를 바라며.


“김 일병, 당신은 단지 실수했을 뿐이다.
그 누구의 피도 흘리지 않았고,
그 누구의 목숨도 해치지 않았다.”


그 말은 위로였고,
그 말은 판단이었고,
그 말은 전략이었다.


그러나 그 말의 가장 깊은 층에는
내 피를 지키고 싶은 본능이 있었다.


“제발, 나를 쏘지 말아달라.”
“제발, 내 목숨을 해치지 말아달라.”


그 말은 방패였고,
그 말은 기도였고,
그 말은 생존의 언어였다.


나는 그를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그날의 말은
두려움의 언어였지만,
그 외피는 용기였다.


나는 살아남았고,
그도 살아남았다.


그 말 하나가
우리 모두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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