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비판이 쏟아졌다.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비밀누설 때문이다.
검찰은 27일 오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서울대 환경전문대학원, 고려대, 단국대, 공주대 등에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당일인 27일 오후 TV조선은 ‘뉴스9’을 통해 “‘대통령 주치의 선정에 깊은 역할’ 문건 발견”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보도는 압수수색을 받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집무실 컴퓨터에 “대통령 주치의 선정에 (자신이) 깊은 역할을 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노 원장은 조 후보자 딸 조모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인물이다.
TV조선 보도는 ‘문 대통령-조국-노환중’을 엮어 특혜·비리 인상을 짙게 만드는 결과를 냈다. 당장 야권은 “올 6월 강대환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소속)가 대통령 주치의에 위촉되는 과정에 노 원장 부탁을 받은 조 후보자가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압수수색 당일 정보는 어떻게 취재했을까. TV조선 취재진은 “당일 검찰의 부산의료원 압수수색이 종료된 뒤 부산 의료원 측 허가를 받아 해당 사무실에 들어가 다수의 타사 기자들과 함께 켜져 있는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보도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 측도 “수사팀이 압수수색 장소를 빠져나간 다음 부산대 직원이 문을 열어줘 기자가 촬영한 것이다. 검찰이 문건 내용을 흘린 게 아니다”(31일자 경향신문)라는 입장이다.
▲ 지난달 27일 TV조선 뉴스9 리포트 화면 갈무리.
그러나 해명이 석연찮다. TV조선 주장이 사실이면,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노 원장 컴퓨터의 해당 파일을 현장에서 직접 열어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수사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저장 매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선 ‘포렌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컴퓨터 파일과 같은 디지털 형태로 저장·전송되는 증거는 디지털 증거로서, 대검찰청예규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에 따라 수집된다.
문건 파일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할 땐 범위를 정해 출력 또는 복제해 압수한다. 이 작업이 불가능하거나 피압수자 등의 동의가 있는 경우 하드디스크 자체를 직접 압수하거나 하드디스크를 이미징(저장매체의 물리적 데이터를 파일 형태로 만드는 작업)해 증거를 확보한다.
이렇게 확보된 하드디스크도 그 전부를 증거로 하지 않는다. 수사 목적과 관련성에 부합하도록 증거를 선별하는 별도 절차를 거친다. 요약하면 통상 수사관들이 컴퓨터를 하나하나 뒤지지 않는다는 것. 이 과정을 거치고 문건 등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3~4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지난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압수수색 당시 참관한 적 있는 한 변호사는 1일 통화에서 “노 원장 스스로 논란의 파일을 컴퓨터 화면에 켜놓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TV조선 해명이 사실이면 검찰 수사관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원장 컴퓨터를 하나하나 뜯어봤다는 뜻이 된다. 이게 압수수색 영장 취지에 맞는 행위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화면을 띄워 본 행위만으로는 증거가 압수물로 확보될 수 없고 포렌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사관이 압수수색 현장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그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가 무엇인지 열어보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TV조선 해명에 비춰보면 수사관은 그 파일을 열어 육안으로 확인하고 이를 그 자리에 둔채 자리를 떴다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기껏 확보한 증거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TV조선 해명대로라면 검찰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 아울러 TV조선이 밝힌 취재 행위, 즉 “다수의 타사 기자들과 함께 켜져 있는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보도된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다”는 대목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증거와 물증은 제시되지 않았다. PC 문서 검색 등 현장에서 기자의 ‘적극적 취재 행위’는 없었는가. ‘다수의 타사 기자’들은 왜 확인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는가. 검찰과 TV조선 양쪽의 구체적 해명이 요구되는 이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