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미디어오늘 1075호 사설]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2016년 11월 16일 수요일
우리는 왕의 목을 친 역사가 없다.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리고 권력을 쟁취한 역사가 우리에겐 없다. 1960년 4·19 혁명은 이듬해 5·16 군사 쿠데타로 짓밟혔고 1987년 6월 항쟁은 전두환을 그의 쿠데타 동지 노태우로 바꾸는 데 그쳤을 뿐이다. 6월 항쟁으로 비로소 형식적 민주화의 틀을 갖췄고 그때 만든 대한민국 헌법으로 4·19 이념을 계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재자의 딸이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돼 정권을 잡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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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2일 민중총궐기 대회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100만명의 촛불은 대통령에 대한 파면 통보나 마찬가지다. 박근혜가 범죄 사실을 시인한 10월25일 이후 국정은 전면 중단됐고 한 몸이나 다름 없었던 새누리당에서도 탄핵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가 경계할 것은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보수 기득권 세력이 적당히 박근혜와 결별하고 껍데기만 바꿔 5년 더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죽은 권력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탄핵은 가장 쉬운 선택일 수 있다. 당장 새누리당 의원 40표만 끌어 모아도 탄핵을 밀어붙일 수 있다. 지금 같은 여론이라면 헌법재판소도 섣불리 탄핵을 기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될 건 박근혜와 최순실이 이 거대한 부정·부패 고리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당장 국정 공백을 메우고 헌정 질서를 바로잡는 것도 시급하지만 이 권력형 범죄의 뿌리를 드러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일찌감치 박근혜 첫 사과 다음날 조선일보가 ‘부끄럽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거국 중립내각을 제안한 건 의미심장하다. 박근혜는 한때 ‘노무현의 남자’라고 불렸던 김병준을 총리 카드로 내밀었다가 여론이 움직이지 않자 국회를 불쑥 찾아와 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제안을 던졌다. 최순실 구속 이후에도 누군가가 박근혜를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좀비’ 정권의 숨통을 끊기 보다는 정국 혼란을 방치하면서 보수 재결집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죽은 권력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탄핵은 가장 쉬운 선택일 수 있다. 당장 새누리당 의원 40표만 끌어 모아도 탄핵을 밀어붙일 수 있다. 지금 같은 여론이라면 헌법재판소도 섣불리 탄핵을 기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서 안 될 건 박근혜와 최순실이 이 거대한 부정·부패 고리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당장 국정 공백을 메우고 헌정 질서를 바로잡는 것도 시급하지만 이 권력형 범죄의 뿌리를 드러내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일찌감치 박근혜 첫 사과 다음날 조선일보가 ‘부끄럽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거국 중립내각을 제안한 건 의미심장하다. 박근혜는 한때 ‘노무현의 남자’라고 불렸던 김병준을 총리 카드로 내밀었다가 여론이 움직이지 않자 국회를 불쑥 찾아와 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제안을 던졌다. 최순실 구속 이후에도 누군가가 박근혜를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좀비’ 정권의 숨통을 끊기 보다는 정국 혼란을 방치하면서 보수 재결집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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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는 헌정 사상 최악의 권력형 비리로 기록될 것이다. 사교에 빠진 대통령이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측근들이 국정을 농락하며 사리사욕을 채운 것은 드러난 범죄 정황 가운데 일부다. 말 한 마디 문장 한 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꼭두각시를 대통령으로 앉혀놓고 국정을 쥐락펴락하면서 그들이 챙긴 것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삼성과 LG, SK 등 재벌 대기업들이 앞 다퉈 현금을 갖다 바치고 거래한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탄핵이나 사임, 거국 중립내각, 또는 조기 대선 등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분명한 건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이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다. 2선 후퇴 역시 공정한 특검 수사를 전제로 논의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탄핵을 하든 사임을 하든 책임을 져야 순서가 맞다. 당장 박근혜를 끌어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선례를 만들고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보수 기득권 동맹의 부정부패 사슬을 끊어야 우리는 비로소 이명박과 박근혜를 극복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6월 항쟁 이후 30년 동안 지속된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왕의 목을 쳐야 한다. 치려면 제대로 쳐야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리처드 닉슨이 사임하기까지 2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11월12일을 혁명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그 혁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3348#csidxd5ef16ebc2ef282b5f85aceed91be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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